시대를 아우르는 사물의 공존과 조화, 문학진

문학진은 서울 미대에 입학했지만 재학 중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쟁 상황에서도 종군화가단에 가입하는 등 화가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지만 전쟁이라는 현실 요인은 문학진이 진정 원하던 예술세계를 추구하기에는 너무나 큰 장애물이었고 문학진 역시 다른 화가들처럼 혼란기를 겪습니다.1953년 전쟁이 잠정 휴전 상태로 타결되면서 문학진은 3년간의 피난 생활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옵니다. 서울로 돌아온 문학진은 시대적 영향으로 미뤄왔던 화업을 재개하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합니다. 문학진은 자연을 그대로 기술하기보다 이를 재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이 회화의 본질적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그 결과 사물과 자연의 특징적인 부분을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문학진만의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합니다.

문학진, <꽃다발이 있는 정물>, 캔버스에 유채, 65.1×90.9cm(30호), 1985 추정가 KRW 30,000,000~50,000,000

문학진의 작품에는 토기나 과실, 꽃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토기는 과거를 상징하는 모티브이고 과실이나 꽃 등은 현재를 은유적으로 지시하는 것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사물의 공존과 조화를 문학진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그의 작품세계입니다. 이는 과거와 현재라는 대조적인 상징물을 혼합함으로써 이미 신비로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나아가 작가 본연의 창조방식을 더해 조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공간적인 예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평생 화가의 길을 걸어온 문학진은 1955년 제3회와 1959년 제7회 국전에서 문교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1962년에는 모교인 서울미대 조교수로 임명되어 미술교육자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가 교수직으로 근무하면서 후학들에게 습관처럼 늘 하던 말은 ‘작품이 바로 선생님이다’라는 말로 문학진의 예술가적 태도와 예술에 대한 깊은 존중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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